이면 탐색기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


 "남자친구에게 몸도, 마음도, 모든걸 줬는데 절 성노리개 취급한 것에 지나지 않았네요. 제 순정은 그의 이기심 앞에 좋은 먹잇감이었을 뿐, 그의 고시합격/대기업 취업을 이뤄질 때까지 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변태성향을 감내해내면서 온힘을 다해 뒷바라지했건만 그는 이제 신분상승을 이뤄내니 갖은 핑계를 대며 절 멀리하더니 다른 여성과 원나잇을 하다가/선을 보다가 제게 들키고 말았네요. 부들부들 떨려오는 마음을 간신히 다잡으며 울면서 그를 책망했건만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그가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합니다. 그와 교제하는 동안 보육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 때문에 지워야했던 우리 아가 얼굴도 떠오르더군요. 그랬던 제게 이 남자는 정말 뻔뻔스럽게도 헤어지자고 합니다.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xxxxx xxxxx에 근무하는 xxx입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너무 죄스러워 수면제를 한움큼 삼키려다 참기를 여러번. 저야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xx고, xx대를 나와xxxxx기업 임원으로 재직 중인 그의 아버지의 배경을 생각하면 저희 같은 약자는 어디서 하소연할 곳도 없네요, 눈물 납니다. ㅜㅜ"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해하자.

 여자는 피해자가 아니다. 어느쪽의 요구로 시작되었든 섹스에 응했다는건 그/그녀에게 내 육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자기결정에 의해 '호혜적 활동'을 하는 것이다. 성적, 금전적, 시간적 요구만 늘어놓는 연인을 아무리 사랑한들 모두 응할 필요는 없는 것이며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그런 이기적 연인의 요구에 능력이 닿는 한 모두 응했다고 해서 연인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상대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판단력/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다고 떠드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그 이면에 시회계층 갈등구조를 덧씌워 약자를 자처하며 감성을 팔아봐도 소용 없다. 서구권 인터넷 게시판에 위와 같은 하소연이 기고됐다면 여성 이용자들부터 글쓴이에 대한 비판이 빗발칠 것이다. 물론 난 서구권 문화에 조금도 사대주의적 태도를 갖고 있지 않다. 그네들의 페미니즘 발전양상으로 보자면 1920년대 태동된 사회적 약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자는 페미니즘 초창기의 모습에서 1960년대 태동한 동등한 결정주체로서의 진보적 페미니즘적 시각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논외로, 자기 의사에 반해 남자친구의 종용에 의해 자행된 낙태는 민형사 상 남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범죄다)

 근래에는 여성혐오운동이 번져가기 시작하며 소위 김치녀 여자친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재밌는 현상은 그들의 푸념에는 된장녀 여친에게 성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는 비난 대신 오히려 섹스에는 응하지 않고 선물만 밝히는 여자친구에 대한 비난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의 잣대에서 해석하자면 꽤 재밌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물은 증여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증여에 어떤 구체적 조건이 전제되있었다면 그것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건이란 것에는 섹스/연인관계의 지속(유지) 따위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것이 전제될 수 없다. 이 사람과 섹스를 하고 말고/ 연인관계를 지속하고 말고는 피증여자(여자친구)가 결정할 문제인 것이지 조건으로 강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 판례에 따르면 예외는 존재한다. 결혼을 전제로 여성에게 결혼반지를 선물(증여)했다면 결혼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결혼반지 같이 상징성 높은 아이템이 아닌, 일반적 의류/액세서리 류의 경우는 달라진다. 반환받기 위해서는 여성이 선물(증여)을 받을 때 취득을 목적으로 혼인의사에의 기망행위가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 놀음'을 차치하고서라도 내 눈엔 자기 성자결권에 장애가 있음을 드러내는 수준의 여성이나 여자친구에게 선물셔틀, 밥값셔틀 등으로 호구짓만 했다고 투덜거리는 남성이나 자기애를 가져볼 것을 권해본다. 판단력이 없다는 무뇌간증 밖에 더 되겠는가?

 그나마 호구짓했다며 투덜거리는 남자들은 헤어진 여자친구의 직장정보 류의 신상정보를 게시해가며 마녀사냥해달라고 부탁하는 멍청한 범법행위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이 잘못된 양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작 올바른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윗 글과 같은 하소연이 게시되었을 때 여성비하로 비난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건 활자와 감성팔이로 점철된 revenge porn을 유포하는 남성과 다를 것 없는 범법 행위니까.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