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9월 16일 수요일

가을날의 동화


 생뚱 맞은 꿈을 꿨다.

 2년 여를 잠자리 친구이자 술자리 친구로 지낸 그녀였음에도 우리의 마지막 만남은 족히 5년이 넘은 것이었으니 꿈에 나타난 그녀의 얼굴이 또렷치 않게 묘사되었음에도 난 그녀가 누구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난 xxx야"라고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핏기없는 얼굴로 난데 없이 안부인사를 전하는 꿈 내용은 잠기운이 완전히 가신 후에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 건 아닌지 우려가 되었다.

 비록 그녀와 내가 만나던 시기는 스마트폰 범용성이 저조했던 까닭에 우린 카톡으로 대화나눈 적 없었지만 그녀의 번호는 나처럼 변경이력이 없었는지 난 가끔 그녀의 근황을 손톱만한 프로필 사진으로 가늠할 수 있었는데 영 깨름직한 꿈이 마음에 걸린 난 그녀에게 카톡으로 한 줄짜리 메세지를 보내봤다, "변고없어요?"라고.

 메세지 옆 숫자 1은 반나절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고있었고 또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녀의 안위에 대한 우려를 잊고 지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문득 그녀에게 보낸 메세지가 생각나 대화방을 들어가보았고 1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무 대꾸없는 그녀.
 지금쯤이면 내 번호를 여전히 갖고 있는게 더 이상할 수도 있을만큼 세월이 흘렀으니 낯선 이에게서 변고를 묻는 메세지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지만, 어쩌면 그녀는 갑작스레 변고를 물으며 마치 아무 일 없었듯 내 편리에 의해 그녀의 근사한 몸뚱아리를 다시 이용하려는 절박함으로 치부했을지 모른다.


 서로 울적함이 통해 홍대에서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로 약속했던 5년 여 전 어느 가을날의 저녁.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잠시 눈만 붙이려던 것이 두어 시간의 이른 숙면으로 변해버린 저녁.

 한 시간 넘게 기다리던 그녀가 남긴 부재중전화 한 통과 문자 메세지, "기다리다 연락 없어서 먼저 들어가요."

 사과는 고사하고 힐난 한 번 없는 그녀에게 크나큰 미안함으로 다시 연락할 면목이 없다며 피해버린 나.

 송파동 포장마차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근사했던 우정, 그리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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