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4월 28일 화요일

때론 현실은


  때론 현실은 소라넷보다 더 소라스러울 수 있다.

 2004년 초 여자친구의 집에서 가까웠던 방이동 모텔촌을 즐겨찾았던 시절, 라운드 원이 끝나고 나란히 누워 함께 담배를 피우며 여운을 즐기고 있는데 느닷없이 객실 전화가 울려댔다.
 퇴실을 종용하는 전화가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의아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 너머 사내는 벨데스크 직원이 아니었다. 자신을 다른 호실에서 대실 중인 커플이라 소개한 그는 우리 커플을 카운터에서 보았다며 우리를 출중한 커플이라 치켜세우더니 자기네 커플도 부족함이 없을테니 함께 즐겨보지 않겠냐고 공손히 물어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벨데스크에서 계산하고 있을 때 막 계산을 마친 이들의 존재가 떠올랐지만 조금도 눈여겨 보지 않았기에 기억이 나지도 않았고 이 예기치 않은 제안에 난 당황하다 못해 실소가 날 지경이었다.  심상치 않은 전화라고 생각했는지 여자친구는 무슨 전화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고 도대체 무어라 답을 줘야할 지 몰라 전화통을 붙잡고 어이없는 웃음만 머금고 있던 난 그의 공손한 태도에 호응하듯 정중하게 그의 제안을 고사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너털웃음과 함께 여자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녀는 별 미친 사람들이 있다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만일 그들을 스치울 때 주의깊게 봤더라면, 또 만일 여자친구가 이렇게 불쾌하게 반응하지 않았더라면 난 이 예기치 못한 상황을 즐겨보고픈 마음을 표현했을 지도 모른다. 결코 당시 여자친구를 가벼이 여기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그녀와의 결혼까지 생각했던 나 아니던가. 다만 금기는 깨뜨릴 때 크나큰 쾌락을 주는 것이며 내 안의 변태심리는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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