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1월 27일 월요일

관전클럽: 게토에서 자기구원을 찾던 어느 위선자의 이야기


 출근을 앞둔 지난 가을 어느 휴일 자정 무렵
 그에게서 방배동으로 나오라는 느닷없는 호출이 왔다. 전부터 그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술 한번 대접하겠노라 약속한 터에 여자친구의 친구까지 동석 중이라는 그의 부연은 긴 술자리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아예 출근복을 걸치고 출발했다. 날 맞으러 나온 그를 따라 골목 켠 육중, 견고해보이는 검은 철문 앞에 서자 그는 세차게 문을 두드린다. 그러자 인터폰에서는 그를 확인하는 듯한 대화가 오갔고 무거운 철문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자 음습한 분위기의 라운지바가 내 눈에 들어온다.

 실상은 이랬다: 그는 '관전클럽'에 있다고 넷이 함께 놀자며 연락을 했던 것이었지만 난 '라운지클럽'으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바 스툴에 앉아 그와 맥주를 마시며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 부지런히 주변을 주시하며 상황파악에 들어간다.

 홀 중앙에는 십수명의 남녀가 낮은 테이블을 빙둘러 배치된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고 있었고 라운지클럽이라 여기기에 이상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후미진 구석구석은 침대와 드리워진 베일로 가게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 했다. 벽면 한쪽은 sm플을 위한 네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곳곳에서 타고있는 양키캔들, 갱뱅 이벤트에나 어울릴 법한 스테이지 등은 마치 커다란 매음굴에 찾아온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5년 쯤 전에 방문해본 청담 D관전클럽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더 허름한 인테리어와 방문객들의 수질 차이 정도만 달랐을 뿐이지. 그렇게 삼십여분을 그와 대화를 나눴고 그는 내게 샤워실을 가리키며 자기 여자친구와 샤워를 하라고 청했다. 이미 몇 번 몸을 섞은 그녀였기에 함께 샤워를 하는 것이 어색할 것도 없었지만 생면부지의 남녀가 돌아다니는 클럽에서 얼굴이라도 팔릴까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락커실로 들어가 옷을 벗어놓고 가게에 마련된 가운을 입었다. 내 손을 잡아 이끄는 그녀를 따라 샤워부스로 들어가자 그녀는 정성스레 날 씻어주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길에 한껏 부푼 내 성기를 그녀는 무릎 꿇어 입으로 가져간다. 이내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뒤에서 껴안자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골로 내 성기가 미끄러진다. 순간 밀어넣으려하자 그녀는 "침대에서"라며 나지막히 속삭인다. 수건으로 날 꼼꼼히 닦은 그녀는 가게 한구석 널직한 부스 안 침대로 날 잡아 이끈다.

 베일이 드리워진 한구석 침대였지만 남초인 탓이었는지 우리에게 시선이 쏠리는게 느껴졌다. 어느새 그가 부스 안 옆 침대에 몸을 뉘워 내게 신음하는 자기 여자친구를 감상한다. 그의 시선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고 예상가능한 것이었지만 어느 틈에 가운차림의 생면부지 남성이 몸을 섞고 있는 우리 침대켠으로 다가와  끈적한 시선으로 우리 성기가 교차하는 지점을 빤히 주시한다. 불편했다. 넋빠져 우릴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의식되며 혐오감이 엄습한다. 그녀도 낯선 시선이 부담스러웠나보다, 남자친구에게 눈짓을 하고 손사레를 치자 그는 관전남에게 "제 여자친구가 쳐다보는게 싫다는데 가주시겠어요"라 말한다. 달아오르던 열기가 식었다. 다시 그녀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낯설음의 수위가 자극을 더해준다기보다 스트레스로 다가왔나보다, 발기가 시원치 않다. 그러자 그가 우리가 누워있던 침대로 다가왔지만 여자친구를 안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셋은 나란히 누워 이 생경한 분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그녀의 친구라는 여성이 내게 다가왔다. 물건이 그렇게 실하다고 얘기들었다며 만져봐도 되겠냐며 교태 섞인 질문을 던진다. 아무리 쾌락을 좇아 이런 게토까지 찾아왔다고 한들 내 타입과는 거리가 먼 그녀와 몸을 뒤섞는다면 최소한의 자의식마저 잃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그녀를 면전에 두고 거부하기도 마땅치 않았기에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가리키며 참 예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날 어루만지던 그녀가 내 성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그녀를 제지하며 그녀의 유두를 핥기 시작했다. 내 손길에 조금씩 달아오르던 그녀는 내 머리를 그녀의 다리 사이로 이끌었지만 그때마다 난 그녀의 매끈한 다리에 혀를 가져다대며 상황을 모면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발기한 성기를 깔고 앉으려 그녀가 내 위로 올라가려하자 난 갑자기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궁색한 핑계를 남기며 침대를 박찼다. 그녀의 황당한 시선이 뒤통수로 느껴졌고 그 길로 난 라커룸에서 옷을 입고 가봐야겠다며 친구 커플에게 말을 남겼다.

 분명 방탕한 이면의 내 성생활이지만 가끔씩 최소한의 자기기준이 위협당하는 순간이 있다. 이는 단순히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함에 기인하는건 절대 아니다, 환상적인 몸매의 여성과 마라톤 섹스를 즐기고도 쾌락의 여운 속에 나누는 침대에서의 대화가 그녀와의 질퍽했던 섹스에 대한 환상을 망치기도 하는 것이니. 코맹맹이 목소리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이야기하는 그녀와 섹스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가 성욕에 이끌린 무력한 내 자아를 괴로워하고 혐오하게되는 가혹한 징벌의 시간을 안겨주지 않던가.

 분위기를 깨 미안하다며 돌아가는 길 그에게 문자를 남겼고 그는 괜찮다며 신경쓰지 말란다. 그가 진심이었더라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이런 방탕함의 현장에 참여한 내 자신이 더 싫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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