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7월 6일 월요일
너와 헤어졌던 이유
1. 언주로를 내달리다 경복아파트 사거리를 지날 때 네게 양종철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얘기해주었지. 택시기사들에게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끔찍한 사망사고였다기에 자세하게 얘기해줄수록 난처해하는 네 반응이 재미있었을 뿐이었어.
2. 몇 몇 연수원 동기들이 미국에서 LLM을 수료하고 bar를 패스했다며 너도 다시 영어공부를 제대로 시작해야겠다고 조바심을 냈지. 쓸모있는 팁을 많이 줄 수 있는 영역이라 열정적으로 얘기를 쏟아냈어.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
3. 시집가기 전까지 돈을 많이 모았다는 주위 여변호사들이 큰 자극이 되었다던 너는 너도 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보아야겠다고 공언했지. 한 달에 삼백만원 씩만이라도 꼬박꼬박 모아야겠다는 네게 좋은 생각이라며 함께 기뻐해줬어. 그리고 농담삼아 삼백을 빼고 나면 쓸 돈이 얼마 남지도 않겠다고 널 놀려줬어.
1. 법정에선 너희 회사 노무소송에 앞서 열린 교통사고 사망사고로 민사소가 열리고 있었고 넌 그 사망사고가 얼마나 황당하고 끔찍했는지 내게 전해주었어. 듣던 난 또 양종철 사고를 들먹였고 넌 화를 냈지. 그때도 내 얘기를 참고듣느라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다면서. 난 정말 놀랐어. 네가 그때 그렇게 불쾌하게 생각했는지 조금도 짐작 못했거든, 그런 기색을 조금도 내지 않았던 너였기에. 그래, 내 경솔함이야. 누구도 끔찍한 얘기를 재밌게 들을 사람은 없지. 그렇지만 내가 황당했던 이유는 그때 네가 그렇게 불쾌했던지 짐작도 못한 그 옛날 기억을 들추며 분노하는 네 모습이었어.
2. 넌 내 오랜 열변을 잠자코 듣더니 말미에 정색하는 목소리로 날 왜 그렇게 항상 무시하고 가르치려 드냐고 쏘아붙였지.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라 여겨 조금이라도 더 전달하려는 내 열정이 가르치려 드는 늬앙스였다는 점은 이해가능한 범주였지만 그걸 왜 무시하려 드는걸로 생각하는지 이유조차 짐작하기 힘들더라. 냉랭하게 쏘아붙이는 네게 난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뿐 더 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마음의 벽이 더 생기는 기분이었지.
3. 연봉 등에 대한 농담을 조심했어야하는 내 불찰이 큰건 인정해. 그렇지만 아무리 사내변호사라도 연수원 출신 4년차 변호산데 네 벌이가 뻔히 세후 억대에 근접함을 모를 수 없는 나야. 어련히 네가 그걸 농담으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한 내 잘못이 있지만 내 해명을 듣고도 그렇게 화를 낼 일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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