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4월 2일 목요일
옥타곤: crazy nite
귀국 다음날 간신히 출근했지만 몸살감기의 전조가 오후부터 완연했다. 결국 금요일 아침 도저히 출근할 수 없을 만큼 근육통과 고열이 심해져 간신히 유선 상으로 병가를 내고 집 앞 내과를 향했다. 수액과 주사제의 기운을 빌어 두어 시간 숙면을 취하고나자 한결 살 것 같았다. 그래도 기대보다 훨씬 고단했던 해외출장의 여독은 여전히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밤 열 시에 다시 침대에 몸을 뉘웠다.
삼십 분이나 지났을까, 막 귀가하신 부모님은 와병 중인 날 걱정하셨는지 방문을 열어 안부인사를 건네셨고 막상 철부지 노총각 아들내미가 주말 밤 아무 약속 없이 앓아누운 꼴에 울화가 치밀어올랐는지 면박을 주셨다.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싫은 소리 몇 마디를 듣고나니 담배 몇 모금과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정이 다 되어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편의점을 향했다.
AM 12:30
바람 한 점 없는 지하주차장 한 구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맥주캔을 홀짝거리고 있자니 한결 기분이 나아지고 있었다. 그때 휴대전화로 메세지가 들어왔다. G였다. 목요일 오후 그녀에게 몸살기운이 있음을 알렸기에 나더러 밖으로 나오기 힘들지 않겠냐며 운에 떼는 것이었다. 부모님 잔소리에 마음이 좋지 않았던 기분 탓인지 나가고 싶어졌다. 그녀에게 어디냐고 묻자 그녀의 보스, 거래업체 여직원, 그녀까지 셋이서 옥타곤에 있다는 것이다. 10분 거리 아닌가. 가겠다고 메세지를 남겨놓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과한 라인 때문에 평소 잘 입지 않던 수트에 검은 셔츠를 입고 단추를 두 개 풀어헤친 채 머리모양을 매만졌다.
AM 1:00
우여곡절 끝에 VIP라운지에 마련된 그들의 테이블에 합류할 수 있었고 거래처 여직원이라는 H와 인사를 나눴다. 듣던 것보단 예쁜 그녀였지만 옥타곤에서도 많은 남녀의 시선이 쏠리던 G의 화려함에 비할 바가 못됐다. 이미 H는 많이 취한 모양이었고 G의 보스 J는 보드카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스테이지와 테이블을 오가며 술을 들이키던 우리 모두는 취해갔고 곧 이어 등장한 J의 이혼남 친구 Y는 여기저기에서 작업을 걸기에 여념이 없었다.
AM 3:00
내 대담한 이면을 알 리 없는 J는 내게 절실한건 일탈이라며 내가 여성들과 끈적하게 놀 수 있도록 분위기를 열심히 조성해줬다. 어느새 모두 기분 좋게 취했고 나와 H의 서먹함이 사라졌기에 J의 강권으로 내 오른다리와 왼다리 각각에 G와 H는 다리를 감고 하복부를 부벼대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잔뜩 발기한 내 성기 쪽 다리에 다리를 휘감은 H는 더욱 거세게 부벼대며 날 자극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엉덩이를 받쳐쥔 왼손으로 그녀의 음부를 팬티 위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흡사 3some을 나누듯 몸을 비벼대고 있는 우리 셋에게 쏠리고 있었다. 외국인 클러버들은 우리에게 괴성을 질러대며 부러운 눈길로 날 놀려대고 있었다.
AM 4:00
쌓여가는 알콜기운에 우리 모두 미친 사람처럼 옥타곤을 휘젖고 다녔지만 이대로 이 밤을 끝내기엔 아쉬웠다. 난 내게 신세진 적 있던 역삼동 이자카야 사장에게 전화를 해 여흥을 이어가려했지만 그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AM 5:00
신사동 마운틴 가라오케로 우리 다섯은 이동했다. 이때부터의 기억은 스냅샷으로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또 위스키를 들이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계속 놀았다. 모두들 내일은 없는 기세로 춤추며 노래하고 있는 사이 룸 안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G가 갑자기 들어와 그녀와 격정적인 키스를 나눈 기억만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AM 7:00
아침 9시 파트너 이사와 함께 상공회의소를 가야한다는 의무는 잊지 않고 있었다. 취한 내가 염려가 됐는지 G는 1층까지 따라나왔다. 이렇게 즐겁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게 해준 보답으로 내가 계산해야겠단 생각을 했던건 분명히 기억나지만 이미 난 필름이 끊긴 상태였다. G가 날 택시에 태웠던건 기억나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조금도 나지 않는다. 결국 난 전화기를 끈 상태에서 오후 두세시가 되도록 잠에서 깨지 못했고 상공회의소 미팅을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몸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난 토요일, 일요일, 단 한 발자국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고열과 근육통, 심한 기침에 몸져 누워 월요일 출근도 할 수 없었다.
월요일, 병원행만 두 번. 진통제와 수액을 맞고 정신이 좀 들었던게 그날 저녁. 그제서야 파트너이사에게 어떻게 노쑈에 대해 해명해야할까, 얼마나 혼나게 될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요일 점심시간 내내 이사의 집무실에서 처참히 깨졌지만 미친 하룻밤을 보낸 댓가로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조금 걱정되는 것이라면 섹스를 연상시킬 정도의 수위로 그녀들과 노는 모습이 혹시 영상으로 촬영되어 돌아다니지나 않을까 신경 쓰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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