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웨딩샵 그녀


 대실 시간 내내 서로 땀범벅이 되어 섹스를 거듭했다. 다음날 아침 몸을 일으킬 때 느낀 뻐근한 정사의 후유증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기분 좋은 피로 속에 지난 밤 그녀를 떠올려보았다. 확실히 난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광란의 정사 도중 쉴 새 없이 울리던 그녀 남자친구의 전화를 끝내 받도록 종용했고 애써 신음을 참아내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응대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희열을 느꼈다. 잠깐 열기를 식히며 내 품에 안긴 그녀가 보여준 그와 그녀의 사진은 내게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를 다시 탐하게 만들 뿐이었다. 우습게도 멋진 남자의 애인을 탐하고 있는 그 순간이 그녀가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소유의 대상이 되는 시간이었다, 필시 유치한 경쟁심의 산물이리라.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벨데스크 전화에 내쫒기듯 나와 식사와 반주를 함께 하던 중 또 만나고 싶냐고 묻는 그녀에게 '너만 괜찮다면'이라 답했다. 그러나 고작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자신에게 밀려오는 자기혐오를 견디기 힘들어졌다. 내 속을 알리없는 그녀는 아침부터 좋은 아침이라며 안부문자를 보낸다. 하긴 어젯밤 침대에 지친 몸을 뉘었을 때부터 그녀는 '잘 귀가했냐', '운전하다가 졸 뻔했다'는 둥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기진맥진함을 핑계로 답하지 않았다. 아침인사에도 마땅히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점심께 다시 문자가 온다, 어제 즐거웠었다며 잘 지내라고. 분명 '정신없이 바빴다', '전화기를 확인하지 않았다' 식의 핑계로 이 상황을 무마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견디기 힘들다.

 결혼하게 되어 청담동 성당 웨딩샵  골목에서 그녀를 마주치게 되면 내 안의 저열한 변태심리는 또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신부가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입어본다고 분주할 그때, 샵 안 은밀한 공간을 찾아 웨딩샾 그녀를 탐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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