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4월 10일 목요일

일탈의 이유

 여성에게 있어 처음 본 남자와 살을 섞는 일탈의 이유 중 가장 빈번한 것이 연인의 배신, 연인과의 이별 등이겠지만 양자에게 있어 섹스의 몰입도나 만족도의 측면에선 가장 떨어지는 것이었다.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를 복수의 일환 혹 자신을 나락까지 떨어뜨린다는 자기파괴적 정서에 사로잡힌 나머지 쾌락을 좇는다는 본질을 망각하기 때문이리라. 사실 일탈이 어떤 이유로써 스스로 납득시키고 정당화하려는 수고가 의미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일탈을 한다면 그게 쉬운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듯 말이다.

 몇 차례 욕정의 격랑이 지나가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서로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나눌 때 많은 여성들은 왜 (이리도 쉽게) 일탈적 정사를 나눴는지 설명하려고 든다. 그 해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난 얘기를 듣는게 좋았다. 그리고 가장 독특했던 일탈의 이유를 말했던 여성 두 명이 떠오른다.

 마른 몸집에 다소 신경질적인 인상인 A는 밖으로 이끄는 내 유혹에 공손한 존댓말로 "잘 하세요?"라고 물으며 돌직구를 던졌다. 그 질문에 난 마음이 급해졌다, 그 아이러니에 그녀를 철저히 유린하고 싶은 마음이 증폭되는 기분. 그렇게 우린 세상 밖으로 나와 내가 혼자 살던 아파트로 향했다.
그날따라 마음과는 달리 내 성기는 살다 죽다를 반복했고 그녀가 내게 남은 모든 정기를 모조리 뽑아낼 듯한 기세로 내 위에 올라 허리를 놀려댈수록 열정에 부응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날 고개숙이게 만들었던 날이었다. 그녀의 대담한 애무와 적극성 덕에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녀에게 작은 기쁨은 선사한 것 같아  안도하고 있었는데 내 옆에 누운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나 다음 달에 결혼해요"라고 말했다. "네?"라고 반문하자 그녀는 xx전자 책임으로 근무하는 오랜 연인과 결혼하는데 막상 결혼이 코 앞으로 닥치니 한눈 한번 안팔아본 자신이 답답하기도 했고, 작은 비밀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나와 관계했다는 것이다. 우습게도 그녀의 진솔한 고백에 영 시원치 않던 내 성기는 터질 듯 반응했고 우린 광란의 정사를 한번 더 갖고서 헤어졌다. 암묵적 약속처럼 우리는 서로 더 이상 연락하지도 않아 일회성 일탈로 끝났지만 몇 년 후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그녀의 번호를 내 전화에 등록하자 나타난 그녀의 카카오톡에는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행복한 가족사진이 걸려있었다.

 내가 안아본 여성 중 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여성 몇 명 내에 꼽힘직한 B는 서초동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는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새댁이었다. 서래마을에서 차를 마시며 그녀는 별거 삼일차에 접어든다며 선뜻 내 차에 오른 배경을 설명했는데, 결별이라는 다소 진부한 일탈의 이유임에도 내 뇌리에 또렷히 남아있는 까닭은 별거의 원인 때문이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에게 이상성욕, 이상취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단다. 걸핏하면 그는 다른 남자, 다른 여자, 혹 다른 커플과의 섹스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됐고 어느 하루 그녀의 거듭된 거절에 항의라도 하듯 다른 여성과 섹스하는 소리를 전화로 중계해주기에 친정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막가는 심정으로 날 만났다는 그녀와의 섹스는 그녀의 아름다움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었다.
 


댓글 2개:

  1. 어쩌다 왔는데... 잘 읽고 갑니다. 글 잘 쓰시네요. 말하지 않을뿐 다들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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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러게요.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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