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상고 양미라



 당시 대부분의 중고생들이 사용하던 버디버디에서 만나 섹스로 시작되어 섹스가 전부였던 그녀.
 신촌에서 늘 만나던 그녀는 내 휴대전화에  '상고 양미라'로 저장되어 있었다.
 여상에 재학 중인 18살, 대학입시에 정신없어야 할 나이에 그녀는 신촌 어느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용산 캠프코이너에서 군복무 중이었던 난 부대로 일요일 오후면 그녀를 만나곤 했다. 마침 매주 일요일은 그녀의 근무조가 저녁조였기에 우리는 온전히 섹스로 채워진 몇시간을 함께 보내고서야 난 부대로, 그녀는 카페로 향하는 일과였다.

 일찍 성에 눈을 뜬, 소위 '노는 애'였던 그녀는 그 나이 또래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스물세살짜리 이등병 아저씨와의 섹스에 조금도 거부감이 없었는데 아마도 미군의 규칙적인 운동이 근사하게 다듬어준 몸매 덕분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당시 유명했던 양미라라는 연예인과 꼭 닮은 외모와 스타일이었는데 풍만함에 대한 선호가 그다지 없는 내게 그녀의 쭉 뻗은 각선미와 어깨, 팔 라인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일요섹스가 예닐곱번 진행되도록 우린 서로를 잘 몰랐고 알고싶어하지도 않았다. 공감대가 없는 대화는 끊기기 일쑤였고 몸을 허락한 후 의존성이 높아지는 그녀의 성격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약간은 그녀의 까칠했던 성격은 서로 쾌락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공허한 관계가 가져다주는 자기혐오와 허무함은 극히 만족스러운 섹스로 극복될 수 있었고 이것 또한 인생에서 괜찮은 영혼의 짝을 만나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인연이었음을 지금에서야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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