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연인관계로 서로를 대하고 있었지만 그런 허울이라도 갖추지 않고서야 그녀에게 나와의 섹스는 자신에게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기에 암묵적으로 형식을 흉내낸 만남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너무도 비밀이 많았고 난 그녀의 바람만큼 알콩달콩 연애를 연기하기엔 너무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짜증과 널 뛰듯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은 내게 심리적인 벽을 쌓고 그녀를 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고 우리에게 대화란 것은 할수록 이질감만 느껴지는 답답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내 감정표현에 솔직한 편이 아닌지라 짜증이 치밀 때면 화를 내기보다 입 꾹 다물고 굳은 표정으로 일색하기에 그녀에게도 우리 만남이 불편하고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섹스 후 눈부신 나신의 그녀를 뒤로 끌어안고서는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그녀에게 바라는 점을 조금이라도 털어놓는 편이니 그녀의 핀잔이 틀린 말도 아니었을테다.
그렇게 지지부진, 서로 알아갈수록 더 이질감만 늘어가던 우리가 어느 하루 데이트 하던 중 경미한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했고 짜증이 잔뜩 나있는 상황에서 왜 조심하지 그랬냐고 타박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어떤 애정도 느껴지지 않아 그만 만나자고 이야기했고 아마도 그녀에겐 '남자들은 다 똑같아' 식의 뻔한 남자론을 공고히 하는 경험으로 남았겠지.
앞트임 성형한 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여성을 보면 그녀가 떠오르곤 한다. 그녀는 어떨 때 내가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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