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3년 11월 11일 월요일
끝내 낯선 그녀
낯선 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서른한살의 여성이라고 밝힌 그녀는 나와 잠자리를 했던 이에게 내 소개와 연락처를 받았다며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소개자가 누군지, 어떤 얘기를 들었는지 집요하게 물어봤지만 그녀는 그게 이런 만남에서 그렇게 중요하냐고 되묻는다. 순간 답이 궁해졌다.
곧 불안요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이 사람의 의도가 사실일지, 내 이중생활을 간파한 지인의 장난은 아닌지, 과거의 여인 중 내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이가 골탕먹이려 드는건 아닌지, 아니, 이 사람이 과연 여자가 맞기는 한 건지?
직접적으로 소개자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다면 소개자라는 이가 실재하는지, 과연 나와 잠자리를 한 적은 있는지 확인시켜줄 수 있냐고 메신저 상에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그녀에게서 바로 전화가 온다. 분명 목소리는 여자가 맞다. 목소리의 톤이나 시간낭비를 하기 싫다는 듯 간단명료한 어투와 어법으로 미루어보건데 그녀의 말은 사실인 것만 같았다. 이제 내 궁금함의 대상은 소개자에서 그녀에게로 옮아간다. 설사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 치자. 그녀가 내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활자가 아닌 육성으로 묻는다는게 다소 머쓱했지만 그녀의 사이즈와 스타일을 물었다. 그러자 만나봐서 아니면 가라고 말하는 그녀였다. 할 말만 하는 그녀에게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약속일시를 정하고 그녀는 전화를 끊기에 앞서 당일 전에는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이며 전화를 끊었다.
영등포 롯데백화점 근방, 십여분 일찍 도착해 멀찌감치에서 동태를 살폈다. 약속시간이 되자 한 여성이 전화기와 주변을 번갈아 둘러보며 도착한다. 평일 낮이라 많은 인파가 오가지도 않았기에 그녀임이 분명해 보였다. 분명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매력적이었다. 단신이었지만 좋은 비율의 그녀였다. 그녀의 어투만큼이나 차갑고 도도한 매력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며 다가섰다. 전화를 받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곧장 그녀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전화를 내려놓는다.
(늦지도 않았지만) 많이 기다렸냐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말문을 텄다. 자기도 막 도착했다는 말 외엔 별 말이 없다. 소개자에게 내 얘기를 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무지 가늠이 서질 않았다. 그냥 발걸음은 지척에 있는 라이프호텔로 향하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걷는다.
객실에 들어서자 90년대 카페에서나 봄직한 커다란 소파가 나란히 비치되어있다. 차라도 마시겠냐는 질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녹차를 가져다놓고 마주 앉아 날씨얘기부터 시작해보지만 대화는 두어마디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차갑게 느껴진다고 말했더니 나도 만만치 않단다. 가벼운 웃음이 둘 사이에 맴돈다. 여세를 몰아 실 없는 농담을 건네지만 그녀의 억지로 띄우는 미소는 그냥 샤워나 하러 들어가라는 느낌이다. 샤워하러 가겠다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가볍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도 샤워부스로 향했고 티비를 보며 침대에 누워있는다. 이내 샤워를 마친 그녀는 내 옆에 누워야 할지 소파에 앉아야 할지 망설이는 눈치다. 한 손을 펼쳐 옆으로 누으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어색하게 안긴다. 그리고 게임은 시작됐다.
매끈하고 탄력이 넘치는 시각에 취해 자그마한 근육조각들로 조각된 그녀의 등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느냐 묻자 5년 째 요가를 한단다. 내 성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그녀, 엉덩이를 끌어당기며 69를 취하자 망설임없이 돌아선다. 다른 때보다 전희가 길어졌다. 말보단 서로 몸으로 대화하는 편이 어색하지 않은 그녀였다. 축축하고 뜨거운 공기가 객실에서 가득 느껴질 때쯤 그녀는 내 성기를 두 다리 사이로 잡아 이끈다.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기를 한참, 그녀의 물이 마르며 둘 다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 애무로 전환해 그녀의 꽃잎이 젖어들어가면 다시 그녀 안으로 들어갔고 또 허리를 움직이다보면 금새 마르는 그녀였다. 몇차례 반복되자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한다. 원래 물이 없는 편이냐고 묻자 많아서 문제이지 이런 적은 처음이란다. 어떻게 간신히 그녀의 꽃잎은 젖어들었기에 체위를 바꿔가며 천천히 그녀를 탐해보았지만 이내 마르기 시작한 그녀는 고통에 내 골반께를 두 손으로 막아세운다.
시간을 갖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나란히 누웠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정적을 깨며 말한다,
"저랑은 안맞는거 같아요. 그만하는게 나을 거 같아요."
진심도 아니었지만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나보다고 사과하자 그녀도 그런건 아니니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란다, 그냥 서로에게 맞지 않는 것일뿐이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옷이 차분하게 개어놓여있다. 빨리 입고 나가자는 말로 느껴졌다.
객실을 나와 롯데백화점 앞까지 걸으며 나눈 우리의 대화는 처음에도 그랬듯 철저한 이방인 간의 그것이었다. 쇼핑을 하러 백화점으로 들어가보겠다는 그녀와 서로 가벼운 목례를 교환했다. 어찌되었건 우린 섹스를 한 사이였지만 이제 막 만난 사람들보다도 남으로 느껴지는 한 쌍이었다.
사족
난 속궁합이 과대평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괜찮은 사이즈, 일정수준 이상의 러닝타임, 세련된 침대매너만 남성에게 담보된다면 만족스러운 섹스상대로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동에 살던 그녀만큼은 속궁합이 실재한다는 케이스스터디를 내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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