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3년 6월 13일 목요일

TV 속 그녀


 남자들끼리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오가는 얘기 중에는 이색적인 상대와의 섹스가 빠지질 않는다.
 취기 오른 진실성에 의구심을 가질 법하나 과장과 거짓이 있는만큼 개 중에는 진실도 있기 마련.

 B급 연예인부터 쇼핑몰모델, 클라이언트사의 담당자, 성인방송 PJ까지 이채로운 이들을 안주삼아 몇 순배가 도는 와중에도 내가 J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좌중의 관심은 내게 집중되곤 했다.

 J는 모 주요스포츠종합대회 금메달리스트였다. 엘리트스포츠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했지만 그녀가 금메달을 획득한 후부터 미디어들이 부각한 그녀의 미모 덕에 그녀는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내가 H를 만난건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이후였다.

 그녀를 알게된건 그녀의 친한 교회친구를 통해서였다. J는 메달 수상 이후 혹독한 사춘기로 해외 유학길에 올랐으나 결국 운동을 포기하게 되었고 귀국 이후에도 방황의 시기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고생없이 자란 J였지만 소위 '나쁜 남자'였던 애인을 따라 그녀에게 낯설 수 밖에 없는 면목동에서 동거생활을 하던 그녀는 차츰 반지하방 생활과 밤에 나가 낮에 들어오는 남자친구와의 고단한 화류계 라이프 사이클에 함께 지쳐가고 있었다.  난 메신저 상으로라도 그녀를 위로하곤 했다.

 그렇게 그녀의 허전한 한 구석을 호시탐탐 노리던 중 그녀는 남자친구의 부재를 틈타 날 면목동 집으로 초대했고 당시 군생활 중이었던 난 부대로 복귀하는 길에 귤 한봉지를 사들고 면목동에 들러 입으로 하던대화는 몸으로 하는 대화가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우린 가끔씩 섹스를 나눴었고 그녀가 남자친구를 떠나 그녀의 삶이 제자리를 찾고도 우린 체력전을 불사하며 서로를 종종 탐닉했다. 그녀가 논현동 원조쌈밥집과 대치동스시히로바에서 보여준 어마어마한 식사량과 계산서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도대체 회전초밥집에서 남녀 한쌍이 7,8년 전 물가로 20만원 중반대의 초밥을 먹어치우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작년 어느 하루, 느긋하게 TV를 시청하다 H가 출연한 쇼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녀 옆에 나란히 선 남자연예인들의 키를 보며 새삼 그녀가 키가 컸음이 떠올랐다. 그 프로그램에는 그녀가 낳은 갓난아기도 출연했다. 애기가 정말 예뻤다. 나도 결혼하고싶단 생각이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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