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3년 6월 22일 토요일

기억은 체취로 밀려오고...



 2년 만이다, 그녀와 마지막으로 몸을 섞은 이후로는.
 하긴 2년 전에도 몇 년만에 그녀를 품은 것이었다, 내 실연의 상처를 보듬던 E는 함께 만취한 채 내가 살던 아파트의 후미진 지하층 한구석에서 충동적으로 사랑을 나눴었다. 

 침대에 나란히 누은 그녀는 내게 묻는다, 오빠가 이렇게 컸었냐며.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댔지만 마음 한 켠에는 섭섭함이 스친다, 우리가 서로를 탐했던게 어디 한두번도 아니었던 것을 제대로 기억 못하다니 괘씸한 마음도 든다. (비록 띄엄띄엄 잔 사이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몸을 섞을 때마다 그녀 특유의 체취는 생생한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향수 냄새도 아니요, 그렇다고 조금의 불쾌함을 동반한 냄새도 아니지만 매번 그녀의 몸은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향취를 은은하지만 또렷하게 뿜어낸다, 기억이 함께 몰려온다. 그 체취에서 난 우리 할머니가 미국을 오갈 때마다 풀어놓던 커다란 트렁크를 떠올린다. 미국냄새 가득한 선물보따리였던 그 가방을 말이다. 난 그 독특한 체취를 E에게 일러주지만 그녀는 내게서만 들어본 얘기라며 갸우뚱 한다.

 이제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신천의 한 모텔 객실에서 옷을 추스려 입던 그녀, 이제는 이렇게 만나면 안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난 아무말이 없다. 우린 또 그렇게 한참을 보지 않았다.

 2013년, 
내 과외학생이었던 E. 
과외선생에게 자기는 좌위에서 가장 잘 느낀다고 말하던 날라리 여고생이던 그녀가 이제는 결혼에 초조해 하는 숙녀가 되어있다. 드물지만 가끔 갖던 우리의 조촐한 술자리는 그녀의 친구들과 내 친한 동생들까지 어우러지는 유쾌한 술자리로 커져갔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를 과외교습 사제지간으로 생각하지 섹스했던 사이로는 상상하지 못하리라. 그리고 그녀의 체취도 더 이상 내게 맡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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