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9월 5일 토요일

섹스 판타지 4.


 사내는 객실 키를 카운터에 맡겨놓고 근처 커피숍 창가자리에서 바삭바삭한 신문을 보고 있다.
 그게 우리의 싸인. 커피숍 앞을 걷는 여자는 아마 창가에 앉아 신문을 보는 사내를 곁눈질로 탐색하며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아닌지,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사람은 아닌지, 남성으로 느껴지기 어려운 외양의 사람은 아닌지 인상을 살폈을 것이다. 아마도 한결 마음을 놓은 그녀는 모의대로 벨데스크에서 사내가 맡겨놓은 xxxx호 객실키를 건네받아 객실로 홀로 들어서서 사내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체크인 했다고.

 막상 메세지를 받은 사내는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에 휩쌓인다. 그 둘은 오늘이 첫번째 만남, 커피숍 창가를 지나친 수 많은 행인 중 그녀가 있었다는 사실에 흥분이 몰려온다. 사내는 엘리베이터 벽면에 상기된 얼굴을 확인하고 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복도를 지나 마침내 객실 앞에 서서 차임벨을 울려보지만 대답이 없자 사내의 눈엔 미세하게 열려있는 문틈이 보인다. 문을 밀고 들어선다.

 사내가 아까 객실을 다녀갔을 때 가져다 놓은 안대를 여자는 눈가에 단단하게 조여매고 객실 소파에 얌전하게 앉아있다. 사내는 여자의 뇌쇄적인 쇄골라인에 자꾸 눈이 간다. 미칠 듯 키스하고 싶다고 느낀 사내가 여자의 얼굴로 고개를 가져가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여자는 흠찟 놀란 기색이었지만 입술을 천천히 벌려 사내의 혀를 받아들인다.

 사내의 날카로운 혀 끝은 목선을 지나 쇄골로 내려갔고 촉각과 후각만으로 이 모든걸 감당해야하는 여자의 입술 사이에선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사내는 공손하게 모아진 여자의 다리를 벌려 그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여자의 가슴, 팔, 허리, 다리를 음미하듯 손으로 훑는다. 그리고 치마를 올려 고개를 묻어 천천히 탐하기 시작한다. 처음 만난 두 남녀는 아직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가벼운 신음만으로 소통하고 있다.

 어느 순간 몸에 걸친 옷가지라고는 안대 뿐인 여자를 사내는 침대로 이끌어 둘은 격정적 정사를 나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서야 마침내 둘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나눈다. 동물적으로 몸으로 나눈 그들의 첫인사에 숨이라도 고르려는 듯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나자 다시 그들은 애절한 연인의 온기를 나누는 침대 위 정사로, 욕실 텁에서 물장구치는 장난스러운 정사로, 샤워부스 안 습기찬 정사로, 객실 카펫바닥에서 벌어지는 즉흥적 정사로 서로를 지겹도록 탐하고 만다.

 기진맥진하도록 섹스에 몰두한 여자가 사내의 품 안에서 풋잠에 빠져들자 사내는 그녀를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시하다가 이마에 키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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