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오피스텔 방,
욕실에서 새어나오는 빛줄기 한가닥 조차 허락치 않는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남부터미널역 유흥가 빛무리에 철 지난 두툼한 커튼은 물들어 시트에 파묻힌 그녀의 실루엣이 드러나는걸 막을 순 없었지만 너무도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했기에 시각적 흥분은 덜 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지만 침대 위의 그녀는 내 눈길을 피하기 급급한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의 나신 곁에 몸을 뉘었지만 굳은 몸짓의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왼손바닥으로 그녀의 피부를 훑기 시작하자 고운 피부결이 여간 마음에 드는게 아니었다, 피부결에 좁쌀만한 이물감 없이 무릎을 지나 쭉 뻗은 정강이를 미끄러지듯 쓰다듬었다. 고개를 들어 그녀의 귓볼을 혀로 자극하려하자 그녀는 황급히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 싫을 수 있다. 내가 타액을 덕지덕지 바를 요량도 아니었지만 나빴던 기억이 있다면 충분히 꺼릴 수 있으니. 돌아누운 그녀를 가볍게 뒤로 안고 목덜미와 등에 가벼운 키스를 하다가 혀 끝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잠자코 있는다. 그렇지만 즐기는 기색도 아니다. 대뜸 그녀를 돌려 유두를 입 안 가득 머금고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단단해져가는 유두와는 달리 그녀는 그저 초지일관 내게 무기력하게 몸을 내맡긴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엄청나게 젖어있는 반전의 보지를 기대하며 아래로 손을 가져가봤지만 이제 간신히 젖어가기 시작하는 그녀, 한손으로 섬세하게 클릿을 어루만지기 시작하고 나머지 한손으론 삽입을 시도하며 수원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보지는 반응하고 있음에도 그녀에게선 신음 하나 새어나오지 않았다.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향긋한 그녀의 체취는 망설임 없이 그녀 다리 사이로 내 머리를 이끌었다. 혀 끝으로 맛을 보다가 젖은 보지를 본격적으로 탐하는데 그녀는 미동조차 않았다. 클릿을 입술로 머금고 혀로 자극하자 갑작스런 강한 자극에 몸이 움추러드는 모양인지 내 머리를 살짝 밀어내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목석 같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수 분을 보내고 있자니 터질 듯 부풀었던 내 페니스도 평정을 찾기 시작했다. 희미한 불빛 아래서도 예쁘장한 그녀 얼굴선은 드러나는 것이었기에 달달한 키스로 내 남성을 되찾고자 얼굴을 마주했지만 이번만큼은 육성으로 키스는 싫다며 거부의사를 밝히는 그녀였다. 그래, 이해할 수 있다. 정서적으로 교감이랄 것도 없이 순전히 육욕만으로 교접하는 우리였으니 키스만큼은 안된다는 그녀의 원칙을 내 자의성으로 재단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 그녀도 거듭 거부만 해대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님 고개숙여가는 내 성기를 인지했는지 그녀는 돌연 내 허벅지를 자기 얼굴로 잡아끌어 그 작은 입에 내 페니스를 담으려는 것이었다. 키스는 안되지만 BJ는 괜찮다? 그래, 어쩌면 그게 가장 원나잇다운 원칙일지 모른다. 넌센스라 생각치 않으려, 이 상황을 즐겨보려 애썼다. 그러나 BJ조차도 '남자들은 이러면 금방 서니까'식의 참 형식적이고 흉내만 내는 BJ랄까.
미지근한 자극에 격렬하게 반응할 것도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조금 굳세어진 페니스를 이제 보지로 받아낼 순서라 그녀는 생각했는지 다리를 벌려 날 맞이하는 것이었다. 콘돔 착용을 상기시켜주지도 않았지만 재빨리 배게 밑에 놓아둔 콘돔을 꺼내 성기에 씌우고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참 기계적인 섹스였다, 내 물건이 결코 작지도 않거니와 기계적인 신음과 몸짓으로 날 받아내길 원하지도 않았건만 그녀는 그저 한 번 대준다는 태도로 날 받아내고 있었다. 이런 상념이 누적되다 보니 나도 슬슬 이 의미없는 섹스의 중단시점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빼버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를 걸쳐입고 가버리더라도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할 것 아닌가. 너무 예의없는 행동인가 고민도 했다, 어찌되었건 내가 원해 벌어지는 정사 아닌가.
나도 요식적인 허리놀림으로 박아대자니 이내 성기가 수그러들었다. 자연스레 그녀에게서 분리된 난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서로 감정 상해가며 즐거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게 더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합리화했다. 구태여 오늘 같이 제대로 내 성기가 기능하지 않는 일이 얼마나 드문 일인지 변명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서로 즐거운 시간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그녀의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분명 가부장적 유교문화권에서 강제, 억압된 성의식, 성규범의 표현방식으로써 이런 소극성이 표현되는 여성들이 적은건 아니다. 대부분 그네들은 서로에게 몸이 길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억압의 굴레를 벗어버리곤 하는데 그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는게 꽤 흥미롭고 성취욕을 충족시키는 과제였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변하는건 이 과정 자체를 내가 굳이 왜 감수해야하나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즐길 수 있는 것도 한 때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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