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5월 15일 금요일

명인의 맛


 특이한 이력의 여성과 잠자리 해본 기억 중 금메달리스트 수영선수(http://nitesoulseoul.blogspot.kr/2013/06/tv.html) 외에 반드시 떠오르는 이는 W다.

 나 같은 범인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유명세를 누리진 않았기에 그냥 날씬하고 곱상한 또래 여자로 치부한 그녀를 구슬려 무의미하고 일회적인 일탈이 지닌  나름의 의미를 설파하며 역삼동으로 차를 몬 것은 6, 7년 전 어느 새벽녘이었다.

 막상 객실에 들어와서도 그녀는 어색함을 견딜 수 없었는지 협탁 앞 의자에 앉았고 그녀는 예외 없이 이런 낯선 상황이 자신에겐 얼마나 큰 일탈인지, 이런 일탈에의 동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들었다. 그러며 마치 큰 비밀이라도 털어놓듯 자신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듣고보니 자의식 과잉이라 여겨진다기 보다는 흥미로운 이력이 지닌 그 자체의 힘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모 국악기의 명인에게 사사받은 수제자이자 국악인 집안에서 자란 그녀는 현재도 국악계에서 굉장한 유명인이었고 국악공연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하는 연주자였다. 소위 업계의 성골 코스를 밟았는지 국악중고를 거쳐 한예종과 서울대를 거쳤는데 어느 쪽이 학부였고 어느 쪽이 석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악중고가 내 생활권역과 가까운 편이라 낯설지 않았기에 그걸 공통분모 삼아 친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건 기억난다.

 관계를 안한지 무척 오래되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통각은 예민했고 몸짓은 서툴다기 보다 타격감을 잃은 야구선수의 그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타인의 체온이 절실했던 남녀의 하룻밤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의 재회 같은 애달픈 다정함으로 이어졌다.

 그녀를 데려다 주었는지, 극구 택시를 타고 홀로 귀가하겠다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귀가 후 잠들 무렵 그녀는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주어 고마웠단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보내왔고 왠지 메세지 자체에 온기가 느껴지는 기분이라 흐뭇하게 잠 들 수 있었다.

 며칠 뒤에도 새로운 상대에 갈증하는 내 정신머리가 역겨웠지만 아직도 종종 웹검색으로 그녀의 근황을 살펴보곤 한다. 국악계 남성과 결혼했다고 두 남녀의 사진까지 소개된 지역신문 기사를 몇 해 전 보고 내 악취미인 수집욕의 발로로 페이지를 저장해두어 랩탑 어딘가 있을 그녀의 웃는 얼굴 기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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