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신촌 약대에 다니던 한 살 연상의 누나가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한 살 차이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난 그녀에게 그녀와의 하룻밤을 흠모하는 동생역할에 빙의되어 있었고 그녀가 성욕에 동했던 어느 야심한 시각 그녀는 자기가 살던 반포동 모 아파트 앞으로 데리러오라고 메세지를 남겼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엄격하신 양친은 늦은 시간 내가 차를 가지고 밖을 쏘아다니는 걸 무척 싫어하셨기에 택시를 잡아타서 당도했고 나를 기다리던 그녀는 아파트 단지 벤치에서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의미없는 대화를 나와 나누고서야 아파트 숲을 나와 함께 택시에 올랐다.
(지금도 애용하지만) 교대역 R모텔을 떠올린 난 기사에게 행선지를 교대역 사거리로 불렀고 모텔 카운터에 함께 드러섰을 때 벨데스크 젊은 남자종업원의 눈빛은 내 기억에 생생히 남는 것이었다, 지금 떠올려봐도 크게 주눅들 정도로 대단한 미녀였던 그녀를 흘깃 훑고서 날 바라보던 그의 시선은 존경(?)과 질시가 느껴지는 것이었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방키를 건넨 그였다.
각기 샤워를 마치고 콘돔 사용에 대한 당부의 말을 주지하고서야 그녀는 마음껏 자신을 탐하도록 허락했는데 그녀에게 엄청난 쾌락을 안겨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날 고개숙이게 만들지 모른다는 조바심은 기우였을 정도로 내 상태는 스스로에게도 흡족한 것이었다. (고작 해봐야 한 살 차이지만) 그녀는 정상위에서 내가 허리를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돌려가며 박아대자 내 엉덩이를 찰지게 때리며 좀 놀았냐며 장난스러운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린 땀에 흠뻑 젖는 정사를 나눈 뒤 그녀를 바래다주고서야 난 여운에 잠길 수 있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신상정보에 대해 신촌 모대학 대학원생이라는게 전부였지만 귀가 후 호기심에 그녀의 전화번호를 구글링하자 그녀가 학교게시판에 후배들에게 약학 원서를 나누겠다는 글이 검색되어 국시를 마친 약대생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십 년이 넘게 지났지만 그녀의 번호는 그대로이고 이후 그녀가 의전원에 진학, 수료하여 현재 의사로 재직 중이란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아, 물론 지금의 그녀는 결혼을 했고 그녀를 닮은 예쁜 아기 사진을 게시해놓았기에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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