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일찍 사무실을 박차고 커피숍을 향한다.
약속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도착한 터라 커피를 한 잔 받아놓고 아이패드를 꺼내 문서 작성에 여념이 없다, 뒤늦게 나타나 자리에 앉을 그녀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척 일에 열중하는 모습을 연출하리라 작심한다.
십 여분 후 나타난 그녀가 인기척을 내자 미안한 표정을 만면 가득 지으며 서류뭉치와 아이패드를 주섬주섬 가방으로 밀어넣는다. 스쳐본 그녀는 자기 말처럼 A라인 스커트에 스틸레토힐을 신었지만 고루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일리쉬하다.
선 본 남녀가 첫 번째 만남에서 나눌 법한 대화를 나눈다, 그녀의 가벼운 농에 유쾌하고 기품있는 웃음을 지어보려 애를 쓰고 그녀가 들려주는 근황에 호응의 추임새를 간간히 넣어준다.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자 아시안 퓨전 쿠진 쯤으로 자리를 옮긴다.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경쾌하고 가볍지만 풍부한 맛의 요리를 두 어개 늘어놓고 담소와 함께 허기를 면할 정도로 배를 채운다.
식사를 마치고 당연하다는듯 예약해놓은 객실로 자리를 옮긴다. 객실에는 모스카또 한 병과 핑거푸드가 준비되어 있다. 협탁에 마주 앉아 와인을 마시며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새로운 공간에 친숙해질 무렵 내 수트자켓과 그녀의 자켓을 건네받아 옷장 안에 걸어놓는다. 타이도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셔츠 소매도 걷어부친다. 와인, 담배를 나누며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난데없이 그녀를 번쩍 들어 침대로 옮기고 스커트만 밀어올린다. 그녀는 음탕하게도 팬티를 입고 있지 않다. 침대가에 반쯤 누운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내 고개를 파묻는다. 게걸스럽게 혀와 입술로 탐하다가 내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려버리곤 잔뜩 발기한 페니스를 그대로 쑤셔넣는다. "너 같은 개보지년이랑 선보게 되어 너무 다행이야.", "커피숍에서부터 박아버리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었어.", "너 같이 음탕한 개년이랑 결혼하고 싶어.", 인정사정 없이 박아대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머리채를 거칠게 한손으로 잡아채고 그녀를 객실 바닥에 무릎 꿇려 내 다리 사이로 머리를 끌어당긴다. 헝클어진 머리칼, 블라우스가 자극적이다. 말려 올라간 스커트 밑으로 아무렇게나 접힌 그녀의 다리가 드러나며 날 더 자극한다. 카펫 위에 눕혀놓고 다시 박아댄다.
그렇게 한 두시간이 흐르고 눈부신 나신의 그녀는 침대 위에 엎드려 만화책을 읽기 시작한다. 옆에는 내가 갖다놓은 만화책 한질이 쌓여있다. 나 역시 나란히 누워 만화책을 읽기 시작한다. 각자의 한손에는 와인잔이 들려있을 때도, 담배 한 개피가 들려있을 때도 있다.
만화책을 보면서 도란도란 편안한 대화를 나눈다.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그녀의 나신을 감상하기도 한다. 손 끝으로 엉덩이, 허리 선을 짚어보기도 하고 유두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몸 섞기를 몇 차례, 지치도록 섹스를 나눈다.
어느덧 자정이 지난 시각, 우린 대충 옷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가 근처에서 야식으로 허기를 해결한다. 그리고 다시 객실로 들어와 섭취한 칼로리를 소진하려는듯 섹스하기 시작한다. 욕실 텁에서도, 화장대 위에서도, 소파 위에서도, 상상력이 허락하는 가장 변태적인 섹스를 나눈다. 미친 섹스를 한참을 나누고 기진맥진해진 그녀는 내 품에서 잠이 든다. 나 역시 스르르 잠에 빠진다.
커튼 사이로 새어들어온 빛줄기에 잠이 깬 난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이는 그녀가 내 옆에 잠들어 있음에 안도와 충만함의 감정에 빠진다. 이내 혀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그녀의 등, 엉덩이를 훑고 음부로 향한다. 잠에 취한 그녀의 몽롱한 신음이 날 더 자극한다. 다시 그녀를 범하기 시작한다.
시계는 출근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고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가장 아픈 목소리로 회사에 전화를 한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도저히 출근할 수 없겠노라고.
책을 읽다가, TV를 보다가, 대화를 나누다가, 그리고 다시 몸을 섞다가, 풋잠에 들었다가. 체크아웃 시간이 임박했지만 느긋하게 옷을 걸쳐입고 객실을 나선다. 그녀를 데려다주고서야 기나긴 데이트가 마감되었지만 벌써 그녀가 그립고 보고싶어짐에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상기된다.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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