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7월 21일 월요일

한여름밤의 꿈


 느닷없이 "뽀뽀!"라며 입을 내밀어 내 입술을 기다리는 그녀의 돌발행동에 난 신호대기를 틈타 어색하게도 그녀의 입술을 마주쳤다. 그러자 잔뜩 토라진 표정으로 "뭐야? 이렇게 쉬운 남자였어?"라며 웃음 짓는 그녀. 이 꼬마녀석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는 내게 욕망의 대상이었음에도 열네살이란 나이 차가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는 사실을 잊기 충분한 힌트였다.

 야음을 틈타 우린 즉흥적으로 광릉수목원을 향했다. 막연히 큰 공원쯤으로 생각한 터라 도착하면 함께 수목원을 거닐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큰 착각이었다. 먼 길 달려온 수고가 아까워서라도 닫혀진 수목원 출입구에 차를 대놓고 우린 한적한 수목원 도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마저도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온갖 날벌레가 핫팬츠에 티셔츠 하나를 걸친 그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통에 우린 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내게도, 그녀에게도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몇 시간이라도 자고 이동갈비를 먹고 서울로 돌아가자는 제의에 그녀는 고민도 없이 응한다.
 야산에 둘러쌓인 아테네 호텔이 보였다. 지방으로 놀러온 기분이 들게하는 그런 호텔이었다. 유치하게 서양 고성을 본따 치장한 외벽도 외벽이었지만 객실은 나름 주인이 애정을 갖고 꾸며놓은 느낌이었음에도 시계바늘이 이십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오후 세시까지 체크아웃해달라는 주인의 당부를 뒤로 하고 입실하자마자 우린 각기 샤워를 마치고 뽀송뽀송한 기분 속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하복부의 불편함에 잠을 깬 오후 한 시경. 그녀는 내 페니스를 만지고 있었다. 한껏 발기한 페니스가 부끄럽기 보다 그녀와 한 침대에 오를 것을 조금도 상상치 못했던 나였기에 내 박서팬티를 비웃지 않을까 더 신경쓰였다. 끊어오르는 욕망에 그녀를 덮치기 시작하면 아까 날 더듬던 그 손길은 마치 제 것이 아니었던 듯 날 밀쳐내는 그녀.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녀는 포기했다는 듯 날 허락한다. 정사가 거듭되는 중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 성기를 맛있는 사탕 빨 듯 핥던 그녀의 혀가 갑자기 내 항문을 자극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에 비해 대단할 것 없는 섹스였지만 한두 시간의 격정이 지나치자 우리는 함께 샤워를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이동갈비를 포기하고 점심 겸 저녁식사로 내가 너무도 먹고싶었던 평양냉면과 수육을 먹으러 평양면옥을 향했다. 그녀는 자기가 알던 평양냉면과는 무척 다르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다지 맛있게 먹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실망스러웠다.

 그녀가 사귀진다. 난 결혼에 대한 압박과 통상적 한국식 연인으로서의 의무에 대해 그녀가 포기할 자신이 있다면 그러자고 했다. 하긴 이십대 초반의 그녀가 내게 결혼하자며 조를 것 같지도 않았지만 미리 밝혀둬야 할 것 같았다. 조금의 주저도 없이 흔쾌히 알겠노라 답한 그녀가 미덥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부터 그녀는 부지런히 전화와 문자를 해댄다. 부담스러운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내 건성어린 응대가 반복되자 기특하게도 그녀는 연락의 빈도를 낮춘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야근 끝에 동네 단골 이자카야에서 술을 기울이던 중 취기가 올라 그녀에게 나오라고 청할 요량에 전화했다.
 
 "뭐해?"
 "쉬어."
 "그래, 쉬어."
 "왜 갑자기?"
 "전에 말했던 이자카야한다는 친한 동생네 가게에서 술마시다가 전화했지"
 "응"

 짤막한 통화가 끝났다. 그러자 술자리에 동석한 친한 동생의 여자친구가 나더러 진짜 쿨하다며, 강적이란다. 아니, 최강이란다. 난 내가 왜 쿨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같이 웃어주었다, 그렇게 일주일도 안되어 내 꼬맹이 여자친구는 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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