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2월 4일 화요일

섹스 에피소드: 래퍼 K


  미국에서 석사 체류 시절, 필라델피아 스퀼킬 강변에 위치한 호사스러운 투베드 콘도에서 살았다. 물론 재학 3년 중 모친이 visiting scholar로 1년 체류 예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당시 우리 콘도에는 한국인 MBAer들이 두명씩 방짝을 이뤄 사는 세대가 몇 있었다. 그 중 K형은 무척 가깝게 지냈는데 우리는 술과 골프, 테니스를 함께 하며 여가를 보내곤 했다. 완전한 한국 로컬이라 영어에 아주 능숙치 않았기에 그는 한국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여학생들을 만나곤 했고 사교성 좋고 발 넓은 그의 성격 탓에 난 그를 통해 종종 어학연수생 혹 타 단과대 석사생들을 만날 기회를 얻곤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성생활의 밑바닥을 서로에게 가감없이 드러내기엔 묘한 긴장감과 체면이 남아있는 사이였기에 직접적인 성 담론을 공유하진 않았고 그래서인지 더 흥미로운 인간관계라 느꼈을 지 모른다.

 그의 2년짜리 커리큘럼이 마지막 학기로 접어들 무렵, 그는 귀국 전 백마 한번쯤은 타봐야 덜 억울하겠다며 내게 알고지내는 미국애 중 가장 slutty한 여성과 술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모른 체하기엔 꽤나 절실하게 느껴졌기에 치과대학의 partty animal이란 소문을 들었던 S양을 우리집에서 개최했던 그의 farewell 파티로 초대했고 그녀가 꼭 오도록 만들기 위해 5,6명을 더 초대해야 했다. 그덕에 몇 명의 한국인 친구들을 부르지 못해 바나나(양놈 흉내내는 유색인)란 눈총을 사야했지만 파티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나중에는 내가 호스트였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미국애들이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난 K형 옆에 붙어 S와 계속 말 붙이도록 방자노릇을 하고있었는데 어느덧 만취한 참석자들이 하나 둘 사라질 무렵 거나하게 취한 S에게 아랫층에 있는 K형 집에서 한잔 더 하자며 졸라댔다. 그녀는 극구 그녀의 친구도 함께 가야한다고 연방 술에 꼬인 대답을 줬지만 마침내 K형의 집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졸다깨다를 반복하는 S를 두고 K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건넨 난 내 콘도로 돌아와 난장판이 된 거실과 부엌을 치우고 있기를 한시간,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관으로 나가자 K형이다. 다급한 목소리로 그는 내게 콘돔이 없냐고 물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몇 분 동안 분주하게 찾아봤지만 콘돔은 없었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K형은 울쌍이 되어 S가 절대 프로텍션 없이는 안하겠다기에 돌아버리겠다는 것이다.
 잠깐 생각해본 난 그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랩을 부엌에서 찾아 건네며 급한대로 이걸 콘돔처럼 두르고 콘돔이라고 우기라고 이야기했고 그는 연신 고맙다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그는 캠퍼스 내 힐튼에서 점심을 샀고 서로 귀국하고도 일년에 두어번은 보는 그를 난 래퍼형이라 부른다. 형수는 매번 왜 그렇게 부르는지 묻지만 난 K형이 랩을 잘하더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댓글 2개:

  1.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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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침대에선 훨씬 더 재밌게 해드릴 수 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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