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4년 1월 21일 화요일

그와의 대화

 일탈심리에 있어 남녀의 심리는 분명 다른 것이다.
 어쩌면 남성에게 있어 일탈이란 호감을 느낄만한 상대가 일탈심리로 그들을 대할 때 언제든 준비된 것이지 대단한 동인까지 필요하지 않지만 여성에겐 계기(가령 교제하는 남성의 바람같은)가 상당히 중한 동인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그날 분명 적당히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자신을 원한다면 섹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왔음이 틀림없다. 하긴 나이트클럽만큼 공인된 일탈욕구의 남성들을 만나기 적당한 장소는 없을테다. 예쁜 다리와 보기 좋은 골격의 그녀는 소위 청담동 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패션코드를 갖고 있었지만 직업적 공감대가 겹쳤기에 유쾌한 대화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내 옆자리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식으로던 결말이 필요하다 느꼈기에 내 뻔한 추근거림의 수위는 높아졌고 마침내 역삼동 한 모텔로 데리고 갔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인상에 깊히 남을만한 섹스는 아니었다. 
 어떤 문제가 있던 섹스도 아니었지만 그냥 '변리사랑 자봤다' 정도로 기억하는게 전부이니. 무미건조하지도, 기계적이지도, 그렇다고 소극성으로 일관된 섹스도 아니었지만 그녀와 헤어지고 보낸 귀가인사 메세지 정도가 내 마지막 연락이었음을 상기해보면 그녀를 재미없는 섹스상대라 여겼음이 틀림없다.

 몇 년이 지나 당시 함께 출정했던 친구S와 술을 마시던 중 예전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그는 이제서야 내게 고백한다며 당시 자신도 그녀의 번호를 따고 작업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도 그녀와 한번 자보고싶은 마음에 몇차례 연락해보았다던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말라며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극구 연락중단을 종용했단다. 얘기를 듣던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조소했고 그 역시 자신도 그 말을 건넸단다. 그러자 그녀는 S에게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그 나이트에서 원나잇을 하고 온 사실을 알게되어 그날 나와 일탈을 감행했을 뿐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이야기하기에 S는 더 이상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오랜 시일이 흘러 알게된 사실이더라도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었다는 전언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별 볼 일 없는 잠자리 상대로 기억에 남았다는 자존심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 차원의 문제였다면 내 스스로를 지켜낼 몇 가지 방어논리가 있었으니. 다만 내 존재가 뻔한(그렇고 그런) 원나잇 상대의 전형성을 벗어날 수는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뻔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뻔한 남자.
 그래서 더욱 역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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