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3년 12월 2일 월요일

언니는 동생의 성생활을 존중한단다

 2000년 초엽
 학생이었다는 점 그리고 참 평범한 외모였다는 점 빼고는 기억나는게 없는 그녀.

 그럼에도 그녀를 또렷히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가 관계했던 첫 만남에 그녀가 혼자 살던 포스코사거리 근방 원룸으로 거침없이 날 이끌었다는 것과 그녀의 언니 때문이다.

 꼭 껴안은 채 잠을 함께 청하겠다는 약조와는 달리 서로를 조금씩 더듬던 우리는 어느새 나신이 되어 서로를 탐하고 있었고 언젠가부터 방 문 밖에서 들려오는 달그락대는 소리를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  나 역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쩌면 초봄부터 시끄럽게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 때문이었을까?

 아침 햇살이 창을 비집고 들어왔다. 어색하게 내 한 팔에 안긴 그녀의 자세만큼이나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누구라도 한 마디 해야할 것 같은데 난데없이 조심스러운 노크소리가 방 안을 울려퍼진다. 그녀는 빛의 속도로 품 안에서 몸을 일으켜 옷을 걸쳐입으며 내게도 옷을 던져준다.

 그녀가 나서는 방문 틈으론 무언갈 분주히 준비하는 언니 뻘 여성이 언뜻 보였고 닫힌 문 뒤로 두 사람의 한동안 이어지는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약간 격앙되어 돌아온 그녀는 아무 소리 못들었었냐며 나를 책망했고 난 듣긴 했지만 네가 신경쓰지 않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이실직고.

 옷을 챙겨입은 내게 그녀는 언니가 갑자기 찾아온 상황이니 나가면서 아무 말 말고 그냥 가보란다. 대충 신발을 꺾어신고 골목길을 걷다보니 조금 황당하긴 했다. 방 안에서 친동생이 신음소리하는 상황에서 언니는 무슨 생각으로 한참을 기다린 것일까? 적어도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나를 족치지 않음에 감사해야하는 상황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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