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3년 8월 5일 월요일

돌고 도는 세상


십년 전 쯤 대세였던 밤문화기행(밤기)이라는 사이트에서 유명 칼러미스트였던 적이 있다.
부킹, 채팅, 헌팅 등으로(당시에는 클러빙이란 어휘 자체가 없던 시절) 만난 여성과의 메이드과정을 상술하고 평가를 내리던 고약한 글을 연재하곤 했었는데, 보고서형식에 맞춰 간단명료하게 써내려가던 내 집필스타일은 천편일률적인 야설풍으로 집필된 후기들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팬을 확보했었다.

 한번은 채팅에서 만난 발레과 여학생을 소재로 후기를 작성했는데 내가 그녀의 신상에 대해 적시한 것이라고는 거주지(신사동)와 전공, 나이가 전부였다. 물론 그녀에게 섭성향이 다분하여 섹스라기보단 플이었음을 밝혔기에 더 큰 정보제공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글을 작성해놓고 잊을 때 쯤 밤기엔 한통의 쪽지가 와있었다.

쪽지는 간단했다, "사슴목의 경희대 발레과 SE?".

간담이 서늘해지며 난 해당후기를 삭제했다가 곧이어 내가 작성한 모든 글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아는 사람 혹 그녀를 스쳐지나보낸 사람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해당후기의 위법성을 고찰해볼 때 명예훼손에 있어 특정성이 성립될 수 없기에 내가 두려워할 것은 없었지만, 난 세상은 좁고 사람도 많지만은 않다는걸 처음으로 절감했던 사건이었다.

그 일이 있고도 신사역 아구찜집 옆 모텔에서 그녀를 유린했다는 아이러니.

그녀는 정말 사슴목의 새하얗고 선이 예쁜 발레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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