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무수히 자기혐오를 들먹이며 배설에 가까운 글을 게재해왔지만 정작 내게 정말 수치스러웠고 자기혐오의 극단에 이르게 했던 기억 몇 가지에 대해서는 집필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는 것이 우습다.
그 수치스러움의 연유는 결코 미쳐버릴 것 같은 성욕에 도취되어 차마 제정신일 땐 품고싶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도록 미적으로 그녀가 추했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남녀가 섹스에 이르기 얼마나 쉬운 것인질 난 체득했기에 당장의 욕망에서 두어 발자국 물러선 채 취사선택의 여유를 누려보고 끝내 돌아선 경험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았을 음습한 기억을 용기내어 써보려 한다.
2000년 찬바람이 불던 늦가을,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성욕을 해소하고픈 마음에 채팅사이트에서 소위 조건만남(당시엔 원조교제란 어휘를 썼지 조건만남이란 어휘가 나온 건 몇 년이 지나서다)을 해볼 생각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PC통신 채팅방 문화가 공존했던 정서 탓에 전문적인 매매춘의 형태였다기 보다 당장 돈은 필요하지만 단시간에 돈을 벌 방안이 마땅치 않아 성매수 의향자의 수요 중 일부를 여성들이 선별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일정 수준의 금전적 필요가 관철되는 제안들 가운데 매수 의향자의 나이와 외모 따위를 고려해보고 응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H와 조우키로 한 장소는 지금에는 허물린 청담 리베라호텔 건너편 커다란 호텔이었는데 장급에 가까운 쇄락한 호텔이었던 까닭에 대실이 가능할 뿐 아니라 요금도 여느 모텔과 다를 것 없음을 이전 이용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근접성을 들어 그 곳으로 정했다.
당시 나도 스물두어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고 자기 소개만큼이나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 아담하면서도 미끈한 몸매를 보고선 기꺼이 약정금을 지불할 수 있겠단 마음이 들었고 우린 어색하게 객실로 함께 올라갔다.
괜찮은 섹스였다. 그녀는 이런 만남을 가진 적이 몇 번 있다고 했는데, 만난 남자들이 또래로 느껴지기 보단 아저씨로 느껴진 만남이었는지 날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걸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난 침대에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를 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그녀의 성적 서비스를 구매했다기보다 그녀와 섹스할 기회를 구매했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녀를 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난 꽤 다정한 남자(?)이자 괜찮은 섹스상대였기에 그녀는 채팅 상으로 우리가 합의에 이르렀던 시간에 전혀 연연치 않으며 공히 쾌락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을 가졌다.
퇴실을 종용하는 카운터의 전화를 받고서야 우린 뒷정리를 하고 밖을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쌀쌀한 밤공기 속에 함께 걷던 중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함께 걷기 시작하자(사실 내겐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녀는 거의 감동이라도 한 듯 애써 그 감개무량함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표정과 제스처를 난 감지할 수 있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며 그녀에게 그냥 오늘밤은 함께 같이 있으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길을 내맡겼다. 당시 난 호주머니 사정이 빤한 학생 신분이었기에 그녀에게 건넨 십여만원과 대실비, 택시비 등을 제하니 투숙을 위한 가용금이 한정적임을 알고 있었고 간신히 저렴한 숙박처를 생각해낸 곳이 양재역 한구석에 위치한 xx장이었기에 택시기사에게 양재역을 불렀다.
막상 온전한 하룻밤이 확보되자 그녀는 자신에 대해 내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어디서부터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모를 그녀의 기구한(?) 인생사를 들어주며 마치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 꼬옥 안아주면 그녀의 눈에선 거의 하트모양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난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에 살던 그녀의 가족이 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변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카드빚까지 내가며 명품 쇼핑에 나섬으로 지금 이런 만남을 갖는건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딱 봐도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에게서 그녀는 빚 청산을 기대한 것도, 돈을 더 요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정한 남자아이에게서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급기야는 그녀는 내게 돈을 돌려주며 자기는 내가 생각하듯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며 눈물 짓기에 돌려받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애써 고사하며 그녀를 이해한다며 위로해줄 뿐이었다. 그리고선 하소연을 들어준 수고를 보상이라도 받 듯 몸 섞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난 다정한 사람으로 오인받을 에티켓을 지녔을 뿐 그녀의 생각처럼 착한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더더욱 돈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고 돌려받기라도 한다면 그녀가 내게 연인관계는 물론이요, 엄청난 집착을 할 거 같다는 두려움도 느꼈다. 그래서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으로 내밀하게 규정하고 섹스에 매달렸다.
익일 아침,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그녀는 만났을 때 만큼 다정하지 않은 내 응대 태도에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방이동 모텔촌에서 우린 한번 더 몸을 섞었고 그녀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의 연락에 대답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내 대답이 전혀 없기를 몇 차례,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연락해오지 않았고 그로부터 한두달이 지나 채팅사이트에서 다시 조건만남을 원하는 남성과 대화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고 홀가분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착한 남자의 탈을 쓰고 다른 이의 깊은 아픔을 어루만지며 철저히 내가 취할 바만 취했다는 죄책감에 정말 부끄러운 기억이다.
H와 조우키로 한 장소는 지금에는 허물린 청담 리베라호텔 건너편 커다란 호텔이었는데 장급에 가까운 쇄락한 호텔이었던 까닭에 대실이 가능할 뿐 아니라 요금도 여느 모텔과 다를 것 없음을 이전 이용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근접성을 들어 그 곳으로 정했다.
당시 나도 스물두어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고 자기 소개만큼이나 깨끗하고 하얀 피부에 아담하면서도 미끈한 몸매를 보고선 기꺼이 약정금을 지불할 수 있겠단 마음이 들었고 우린 어색하게 객실로 함께 올라갔다.
괜찮은 섹스였다. 그녀는 이런 만남을 가진 적이 몇 번 있다고 했는데, 만난 남자들이 또래로 느껴지기 보단 아저씨로 느껴진 만남이었는지 날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걸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난 침대에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를 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그녀의 성적 서비스를 구매했다기보다 그녀와 섹스할 기회를 구매했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녀를 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난 꽤 다정한 남자(?)이자 괜찮은 섹스상대였기에 그녀는 채팅 상으로 우리가 합의에 이르렀던 시간에 전혀 연연치 않으며 공히 쾌락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을 가졌다.
퇴실을 종용하는 카운터의 전화를 받고서야 우린 뒷정리를 하고 밖을 나설 수 있었다.
그리고 쌀쌀한 밤공기 속에 함께 걷던 중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함께 걷기 시작하자(사실 내겐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녀는 거의 감동이라도 한 듯 애써 그 감개무량함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표정과 제스처를 난 감지할 수 있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며 그녀에게 그냥 오늘밤은 함께 같이 있으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길을 내맡겼다. 당시 난 호주머니 사정이 빤한 학생 신분이었기에 그녀에게 건넨 십여만원과 대실비, 택시비 등을 제하니 투숙을 위한 가용금이 한정적임을 알고 있었고 간신히 저렴한 숙박처를 생각해낸 곳이 양재역 한구석에 위치한 xx장이었기에 택시기사에게 양재역을 불렀다.
막상 온전한 하룻밤이 확보되자 그녀는 자신에 대해 내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어디서부터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모를 그녀의 기구한(?) 인생사를 들어주며 마치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 꼬옥 안아주면 그녀의 눈에선 거의 하트모양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난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에 살던 그녀의 가족이 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변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카드빚까지 내가며 명품 쇼핑에 나섬으로 지금 이런 만남을 갖는건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딱 봐도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에게서 그녀는 빚 청산을 기대한 것도, 돈을 더 요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정한 남자아이에게서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급기야는 그녀는 내게 돈을 돌려주며 자기는 내가 생각하듯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며 눈물 짓기에 돌려받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애써 고사하며 그녀를 이해한다며 위로해줄 뿐이었다. 그리고선 하소연을 들어준 수고를 보상이라도 받 듯 몸 섞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난 다정한 사람으로 오인받을 에티켓을 지녔을 뿐 그녀의 생각처럼 착한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큰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더더욱 돈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고 돌려받기라도 한다면 그녀가 내게 연인관계는 물론이요, 엄청난 집착을 할 거 같다는 두려움도 느꼈다. 그래서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으로 내밀하게 규정하고 섹스에 매달렸다.
익일 아침,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그녀는 만났을 때 만큼 다정하지 않은 내 응대 태도에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방이동 모텔촌에서 우린 한번 더 몸을 섞었고 그녀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의 연락에 대답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내 대답이 전혀 없기를 몇 차례,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연락해오지 않았고 그로부터 한두달이 지나 채팅사이트에서 다시 조건만남을 원하는 남성과 대화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고 홀가분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착한 남자의 탈을 쓰고 다른 이의 깊은 아픔을 어루만지며 철저히 내가 취할 바만 취했다는 죄책감에 정말 부끄러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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