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7년 11월 10일 금요일
과외선생과의 섹스
그녀의 눈엔 쌍꺼풀이 어울리지 않았다, 없었더라면 내가 좋아하는 그런 눈매의 얼굴이었을거다. 수수하게 갸름한 것이 야한 인상이랄까. 보통 이런 느낌의 여자가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남자를 만나게 될 때 낯을 가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쾌락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을 즐기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가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비율 좋고 적당한 살집의 다리를 벌려놓고 잔뜩 발기한 성기를 박아대자니 매끈한 피부결이 가슴팍을 간지럽히다가 옆구리춤으로 내려왔다. 억지로 참던 신음에 대한 통제력을 점차 잃기 시작하는 변화가 나를 흥분시킨다. 내키지 않는 키스를 하는 것 같던 그녀가 갑자기 입을 맞출 때 혀를 내 입술 사이로 불쑥 밀어넣더니 내 혀를 더듬는다. 본능을 일깨웠다는 성취감이 너무도 흥분되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쾌락을 나눴던 것 같다. 시계를 보고 놀라는 내게 그녀가 시간을 묻는다. 그녀도 놀란다. 우리 생각보다 2시간은 더 지나있었다.
아직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좋다. 그런데도 연락을 아직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분명 대화상대로서도 그녀는 꽤나 코드가 잘 맞기도 했으며, 더 알고 싶은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녀도 연락이 없다. 오늘 저녁엔 꼭 연락을 해야겠다. 그때쯤 그녀의 온기가 간절해서는 절대 아니다. 언제든 그녀의 욕망이 내키는 때를 기다릴 수 있다. 그녀와 단절되는걸 원치 않는다. 그런데 이미 단절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연락을 안 할지도 모르겠다.
2014년 9월 10일 수요일
Jazz, weed and sex
역삼동 힐튼제과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그녀가 살던 빌라가 나타났다. 건물은 초라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외관을 지녔지만 유명 재즈 색소포니스트였던 그녀의 세련된 취향이 곳곳에 묻어나는 그녀의 집 안 만큼은 딤라잇이 잘 어울리는 세련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성공한 중장년의 기업인, 전문직들을 상대로 색소폰 교습반을 운영하던 그녀는 강습이 끝나고 나면 으레 와인바로 이어지는 수업 뒷풀이의 루틴 탓에 야행성 생활리듬을 갖고 있었고 그 덕분에 난 늦은 귀가 중에라도 그녀에게 부담없이 연락하기 어렵지 않았다.
유학시절 구매했던 희귀 재즈앨범 두 어 장과 와인 한 병을 들고 그녀의 집을 찾을 때면 그녀는 까나페를 만들어놓고 날 기다리곤 했는데 우린 단지 재즈와 와인이 함께 하는 평온한 휴식을 즐길 요량으로 만날 때조차 결국 삼십 분 후엔 둘 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몸을 섞고 있는 우리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와의 파국은 서로에게 육체적으로 시들해진 것보다 순전히 내 멍청한 실수 때문이었다.
음악인들은 마리화나를 '책 본다'라고 표현했는데 그녀는 종종 지인들을 통해 잘 말아진 weed를 몇 개피 얻어와 나와 함께 나눠피우곤 했다. 그날도 우린 위드에 취한 채 격렬한 정사를 나눴고 섹스 후 밀려오는 허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차 그녀는 내게 먹거리 조금과 와인을 사오라며 졸라댔다. 알겠노라 대답했지만 여전히 high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던 난 그 길로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 그대로 잠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이른 아침,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난 전화기에 답지한 십 수통의 부재중전화와 문자메세지를 보고서 내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문자 메세지는 내게 유부남이냐며 추궁하는 내용과 힐난이 담겨있었고 난 이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늘 그랬듯) 외면하는 방편을 택했다. 그녀 역시 더 이상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가끔 포탈사이트에서 검색어로 그녀의 업계 예명을 쳐본다. 뉴올리언스에서 색소폰 세션 활동을 몇 년 해보고 싶다던 그녀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다시 그녀를 검색해보았을 때 재즈의 본고장에서 세션 활동을 하는 미녀 색소포니스트의 사진과 소식이 게시되길 기원한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넘게 지난 기억)
2014년 1월 21일 화요일
그와의 대화
일탈심리에 있어 남녀의 심리는 분명 다른 것이다.
어쩌면 남성에게 있어 일탈이란 호감을 느낄만한 상대가 일탈심리로 그들을 대할 때 언제든 준비된 것이지 대단한 동인까지 필요하지 않지만 여성에겐 계기(가령 교제하는 남성의 바람같은)가 상당히 중한 동인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그날 분명 적당히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자신을 원한다면 섹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왔음이 틀림없다. 하긴 나이트클럽만큼 공인된 일탈욕구의 남성들을 만나기 적당한 장소는 없을테다. 예쁜 다리와 보기 좋은 골격의 그녀는 소위 청담동 문화와는 거리가 있는 패션코드를 갖고 있었지만 직업적 공감대가 겹쳤기에 유쾌한 대화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내 옆자리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식으로던 결말이 필요하다 느꼈기에 내 뻔한 추근거림의 수위는 높아졌고 마침내 역삼동 한 모텔로 데리고 갔다.
내게도 그녀에게도 인상에 깊히 남을만한 섹스는 아니었다.
어떤 문제가 있던 섹스도 아니었지만 그냥 '변리사랑 자봤다' 정도로 기억하는게 전부이니. 무미건조하지도, 기계적이지도, 그렇다고 소극성으로 일관된 섹스도 아니었지만 그녀와 헤어지고 보낸 귀가인사 메세지 정도가 내 마지막 연락이었음을 상기해보면 그녀를 재미없는 섹스상대라 여겼음이 틀림없다.
몇 년이 지나 당시 함께 출정했던 친구S와 술을 마시던 중 예전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그는 이제서야 내게 고백한다며 당시 자신도 그녀의 번호를 따고 작업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기도 그녀와 한번 자보고싶은 마음에 몇차례 연락해보았다던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말라며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극구 연락중단을 종용했단다. 얘기를 듣던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조소했고 그 역시 자신도 그 말을 건넸단다. 그러자 그녀는 S에게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그 나이트에서 원나잇을 하고 온 사실을 알게되어 그날 나와 일탈을 감행했을 뿐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이야기하기에 S는 더 이상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오랜 시일이 흘러 알게된 사실이더라도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었다는 전언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별 볼 일 없는 잠자리 상대로 기억에 남았다는 자존심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 차원의 문제였다면 내 스스로를 지켜낼 몇 가지 방어논리가 있었으니. 다만 내 존재가 뻔한(그렇고 그런) 원나잇 상대의 전형성을 벗어날 수는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뻔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뻔한 남자.
그래서 더욱 역겨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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