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탐색기

2015년 3월 12일 목요일

비참함을 가중시키는 방법


 임원 사이 묘한 권력관계에 휘말려 졸지에 많은 일을 배당받아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면서도 누구 하나 치하해주는 이가 없네. 오히려 내가 양 진영 눈치를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니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별 수 없지, 난 분쟁회피형의 인간이라. 그래도 후일 공 치사는 받기 위해서라도 더 가까운 시니어 어쏘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가벼운 푸념 늘어놓듯 가중된 업무량과 수고를 은근 드러냈어, 아무 도움될 것 없는 위로 따윈 바라지도 않았지. 그러자 그는 "xx씨, 난처한 상황인거 알아. 근데 자기는 딸린 가족이 없으니까 수고 한번 해라"라더군.
 '가족이 없으니까', '가족이 없으니까', 귀에서 계속 맴돌더라. 이제 곧 마흔인데 애취급 받는 느낌이었지. 생각해보니 친구부부들과의 모임, 동문모임 등 내 모든 사적 인간관계에서 내게 기대, 예상되어지는 '철부지 어른'의 역할을 늘상 연기해야 했잖아, 물론 모든 것이 연기는 아니었을 지라도 말이야.

 새벽 한 시 참담한 기분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는데 촛점은 안잡히더라. 그냥 멍했어.
 더 비참해지고 싶어서 내 비장의 방법을 떠올렸지, 페이스북 탐방.

 평소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좋은 직장을 다니고  올망졸망 가족을 이루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훔쳐보다보니 금세 불쾌함이 가중되는 기분이었지만 인스턴트 요법처럼 내일이면 잊고 말 질시의 감정이기에 차라리 경쟁욕이 타오르더라. 그러다가 내 옛 여자친구들의 페이스북을 탐방하기 시작했어.

내가 결혼할 뻔했던 그녀는 결혼 7년 차에 이르러서야 수태를 알리며 만인의 축하를 받고 있었고, 오랜 짝사랑 끝에 결국 연인이 된 그녀는 평생 그 까다로운 성격을 맞춰줄 남자를 찾지 못하리란 기대와 달리 마침내 서른중반을 넘겨서야 결혼소식을 알리며 축하받고 있었고, 내 첫사랑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재벌가의 맏며느리로 작은 미술관장 직에 재임 중인 격조 높은(?) 삶을 살고 있었다.
  
 이쯤되니 정말 기분이 참담해지더군. 외로움이 불현듯 찾아왔고 쓸쓸해졌다는 뻔한 토로는 아니야. 오히려 외로움을 못느끼는 내 자신에게 큰 정신적 이슈가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비참할대로 비참해진 기분이었지.

 남성으로서 매력을 잃지 않으려 긴장감 속에 젊은 여성들 사이를 부유하려 평생 피곤하게 살아야 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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